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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료 비즈니스

오늘은 통행료를 받는 비즈니스를 얘기해 보려고 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길목을 선점하고 여기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는 거야.

사업상의 리스크라고 할 만한 것도 없고, 사람들의 목적이 통행이기 때문에, 지나가면 끝이라 이후에 골치 아픈 분쟁도 일어날 일이 없어. 거의 불로소득에 가까운데, 건물주처럼 세입자 관리로 골치 썩일 일도 없어. 세입자는 내 건물에서 계속 장사를 하기 때문에 나랑 얼굴을 마주해야 해서 피곤한데, 통행료 비즈니스는 그냥 돈 내고 지나가면 남남이야.

건물주가 좋을 것 같지? 주변에 건물주가 있다면 물어봐봐. 건물주는 의외로 골치 아픈 일이 많아. 공실률 걱정, 세입자 걱정, 소방법 등 건물 관련법 걱정. 아마 건물주의 8할은 소송을 일상처럼 당하거나 하고 있을껄?

 

하지만 통행료를 받는 비즈니스는 전혀 달라. 이건 봉이 김선달급 장사야.

참고로 지금이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하고 있지만, 전쟁 이전에 러시아는 상당량의 가스를 우크라이나를 가로 지르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에 수출했어. 우크라이나는 이 파이프라인을 통과하는 조건으로 통행료를 받았어. 러시아에서 가스를 생산해 유럽으로 판매하는데, 단지 우크라이나를 지난다는 이유로 우크라이나는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어. 이 돈은 우크라이나 GDP의 7% 정도 될 정도 막대했지.

<출처: 미국 EIA>

통행료에 대해 생각을 좀 더 생각해보자.

어떤 것이 통행하면서 나의 영역을 지나가면 통행료를 받을 수 있어. 예를 들어 자동차가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고속도로 통행료를 받고 사람들이 오면 입장료를 받거나 플랫폼에서 장사를 하면 수수료를 받는 식이지. 물론 흐름이 많고 잦을수록 통행료를 받는 비즈니스는 더 큰 돈을 벌 수 있을 거야. 사람들이 많이 다니고, 물류가 많이 다니는 길목에서 통행료를 받을 수만 있다면 떼돈을 벌 수 있어.

 

그런데 말이야 만약에 돈의 흐름 자체에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다면 어떨까? 더 편하게 그냥 돈이 움직이는 흐름에 빨대를 꽂고, 수수료를 받는 것처럼 일정부분 통행료를 받는 거야. 누구든 돈을 움직이면 그 흐름에 따라 나에게 돈을 주는 거지. 상상만 해도 대단한 비즈니스인데, 실제 이런 비즈니스로 돈을 버는 주체가 둘 있어.

 

먼저 첫 번째는 국가야. 그리고 이 통행료를 우리는 세금이라고 부르지. 저번에 Cathy가 세금에 대해 설명했지만, 회사가 돈을 벌면 법인세,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면 소득세, 직원이 돈을 쓰면 소비세, 뭐를 등록하면 등록세 등등 돈이 움직이는 모든 흐름에는 정부가 빨대를 꽂고 쪽쪽 돈을 걷어가. 명절에 어른들이 주는 세뱃돈이나 용돈 정도를 제외하면 모든 돈의 흐름은 정부의 눈을 피할 수 없어. 이런 정부의 눈을 피해 돈을 움직이려고 했다간 ‘탈세’야.

그리고 그렇게 돈을 버는 두 번째 주체가 오늘 책의 주인공이야.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라이프사이클의 곳곳마다 정부가 나타나 착실히 세금을 받아 간다면, 기업을 창업해서 성장하고 쇠퇴하다 청산할 때까지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 동안 곳곳에서 빨대를 꽂고 돈을 착실히 받아가는 사람들이 있어. 바로 오늘의 주인공 투자은행(IB, Investment Banker)들이야.

<참고로 메이저 투자은행을 Bulge bracket이라고 불러>

우리 때는 대학생들의 선망의 직장이었어. 돈을 많이 주고 간지가 나니깐.

투자은행에서 직원들에게 돈을 많이 줄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돈을 많이 벌기 때문이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기업이 돈을 버는 흐름 곳곳에서 적절히 빨대를 꽂고 있기 때문이야. 물론 빨대를 꽂는다는 표현은 내가 이해를 돕기 위해서 쓴 저속한 표현이고, 실제로 그들이 하는 비즈니스가 음습하거나 나쁘다는 뜻은 절대 아니야. 투자은행은 기업의 성장을 돕고, 자본이 효율적으로 배분되게 하고, 시장의 적정가격을 발견함으로써 자본주의가 제대로 돌아가게 하지.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는 투자은행이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주범인 투자은행을 향한 것이었지.>

투자은행은 때론 탐욕의 화신으로 묘사되고,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지만 지금의 자본주의가 돌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야. 오늘은 도대체 저런 투자은행이 무슨 일을 하는지 대략적으로 알아보려고 해. 오늘 읽을 책은 ‘투자은행의 눈으로 보라.’라는 책이야. 이 책의 저자 김지훈씨는 일찍이 영국으로 유학가 현재는 모건스탠리에서 일하고 있는 투자은행가(아이비 뱅커)야.

투자은행이 하는 일

우리가 이용하는 신한, 우리, 하나 은행은 상업은행이라고 하고, 투자은행은 보통 기업을 상대로 돈을 벌어. 미국과 한국 금융이 약간 다르지만, 한국에서는 글로벌 투자은행과 비교한다면 영세하지만 증권사가 투자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돼. 우리나라의 증권사들도 다들 목표가 K투자은행이 되는 것이야.

투자은행의 업무는 1. 자금의 중개 및 조달과 2. 금융자문 서비스야.

1. 자금의 중개 및 조달

오늘 책은 주식회사 ‘돈 밝히는 여자 캐시’의 미래에 있을 일을 가정해서 써보려고 해. 가상의 투자은행 실버우먼삭스(silverwoman Sachs)와 캐시와 벌이는 비즈니스로 오늘의 책에 나오는 투자은행의 비즈니스를 설명해 볼게.

 

몇 년 후 우리 구독자분들의 성원과 사랑에 힘입어 캐시가 점점 성장하게 되었어. 그래서 미래 언젠가 ‘돈 밝히는 여자 Cathy(이하 캐시)’가 미국 진출을 결정해. (상상만 해도 즐겁네) 미국에 가서 사람들도 뽑고, 이런 구독 서비스도 있다고 미국인들에게 광고를 해야겠지. 이건 생각만해도 벌써 돈이 들 일이 많네. 캐시는 비즈니스 확장을 피해 자금이 필요하고, 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투자은행의 도움을 받아. 기업이 크게 자금을 조달 받는 방법은 주식을 발행하거나 부채를 일으키는 2가지 방법이 있어. 그리고 두 방법 모두 투자은행의 도움을 받아.

1-1. 부채

부채는 빚이야. 부채를 일으키는 방법에는 2가지가 있는데, 먼저 캐시가 은행에 가서 대출을 받는 방법이 있어. 이 경우는 개인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과 비슷해. 은행이 캐시가 돈을 빌려줬을 때 제때 이자를 내고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원리금은 상환할 수 있는지 꼼꼼히 확인한 후에 대출을 결정해. 투자은행은 캐시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수익(Interest Income)과 대출 검토를 한 수수료(Commitment Fee)를 받아.

부채를 일으키는 두번째 방법은 캐시가 채권을 발행하는 거야.

잠깐! 요즘 한전 채권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니? 최근 몇 년간 한전의 누적된 적자가 상당한데 여러가지 이유로 한전 전기료를 올리지 못하고 그 적자를 채권을 발행하면서 돌려 막고 있거든.

‘리먼쇼크’ 수준 넘어선 한전 채권 금리…개인 투자자 몰린다

https://www.etoday.co.kr/news/view/2180094

“한국전력의 채권 발행 금리가 연 5%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졌다.9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지난 7일 기관 투자자를 상대로 3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구체적으로 △2년물(금리 5.55%) 2500억 원 △3년물(금리 5.65%) 1000억 원 등이다.”

올해는 한전의 적자가 30조원 정도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많아. 어차피 언젠가는 전기료를 올려서 이 부분을 매워야 하지만, 전기료 인상은 정치적으로 예민한 부분이거든. 독일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가스 가격이 폭등하면서, 작년에 비해서 전기요금이 10배나 올랐다고 해. 한국도 독일만큼은 아니지만 원자재 상승의 영향을 받았고 전기료를 올려야 되지만 그냥 적자를 보면서 한전은 채권을 찍고 있어. 물론 한전 채권은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이라 시장에서 인기가 높아 채권은 늘 매진되며 자금은 조달되고 있어.

하지만 채권도 빚이라 언젠가 갚아야 하는 일이고, 국민 모두가 부담해야 하는 돈인데 오늘의 정치적 부담으로 마치 숙제를 내일로 미루는 어린아이처럼 내일로 미루는 거에 불과해. 그리고 내일에는 이자가 불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그 이자는 돈이 있는 부자들이 챙기게 될 거야.

캐시가 투자은행에 가서 채권을 발행해 달라고 요청해. 그럼 투자은행은 시장에 나가서 ‘캐시 채권’을 발행 중개를 하는데, 이걸 언더라이팅(underwriting)이라고 해. 그냥 발행중개업무를 언더라이팅이라고 이해하면 큰 무리는 없을 거야.

 

언더라이팅에는 다시 두 종류가 있어. 투자은행이 캐시채권을 전부 샀다가 다시 시장에 판매하는 방식이 있고(bought deal), 캐시가 발행한 채권이 최선의 가격에 시장에 판매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협약하는 방식(best effort deal)이 있어.

 

Bought deal은 편의점에서 본사에서 도매가로 물건을 사고 소매가로 손님에게 파는 걸 생각하면 될 것 같아. 편의점의 재고는 다 편의점 점주의 것이고 재고에 대한 리스크를 편의점 주인이 부담하는 거지. best effort deal은 면세점처럼 재고를 면세점이 아닌, 메이커가 부담하는 걸 생각하면 될 거 같아. 이를 테면 롯데면세점에서 샤넬 립스틱은 롯데면세점 것이 아니라 샤넬 것이 잖아. 이 경우에 립스틱이 판매되지 않으면 샤넬이 립스틱 재고를 떠 안고, 롯데면세점의 리스크는 없어.

 

자 채권으로 돌아와서, Bought deal의 경우는 투자은행이 도매가로 캐시 채권 전량을 매수해서 시장에 다시 파는 거야. 시장에 채권을 팔지 못해서 남는 채권 재고를 투자은행이 챙기는 대신, 투자은행은 완판하게 되면 짭짤한 시세 차익을 챙길 수 있어.

반면 Best effort deal의 경우 투자은행은 언더라이팅에 대한 수수료만 받고 끝이야.

1-2 주식

다행히 주식회사 캐시는 채권을 발행을 성황리에 마쳤고, 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미국에서도 착실히 사업을 전개해 많은 미국인 구독자를 확보하게 되었어. (상상은 자유니깐) 미국에서도 캐시가 꽤 유명해져서 많은 사람들이 캐시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캐시는 미국 사업을 더욱 확장하기 위해 더 큰 자금이 필요했고, 이제 미국에서도 캐시가 잘 나가서 많은 사람들의 캐시의 미래와 함께하기를 바라게 되었어.

이제 기업공개(IPO, Initial Public Offering)를 결정해야 할 시기가 된 거지. 이제 캐시는 기업을 공개해서 증권거래소에 상장하고, 매일 트레이더와 투자자들에게 캐시의 시장가격을 평가받게 되는 거야. 캐시는 쿠팡처럼 나스닥에서 상장하기로 결정하고, 다수의 투자은행을 만나 주관사를 심사하게 되었어. 골드만삭스, JP 모간, 바클레이즈,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이 대거 참여해서 누가 캐시의 IPO를 담당할지 경쟁하였어. 물론 이번에도 실버우먼삭스가 캐시의 IPO의 주관사로 선정되었어.

투자은행이 캐시의 IPO를 해주는 일은 크게 3가지야.

  1. IPO를 할 때 캐시 주식의 적정가격을 계산하는 거야. 너무 비싼 가격으로 기업공개가 되는 경우에는 거래를 시작하자마자 폭락할 수 있고, 아니면 초기에 투자자를 모으지 못해 IPO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어. 반면 너무 낮은 가격으로 기업공개가 될 경우 흥행에 성공하고 상장이후 주식도 쭉쭉 오르겠지만, 캐시는 애초에 의도한대로 충분한 자본을 모으지 못하겠지. 최근  쏘카 상장을 떠올려 보면 좋을 것 같아.
  2. 언더라이팅(underwriting)이야. 주식 상장 중개업무라고 해야 되나? 이것도 채권과 마찬가지로 투자은행이 캐시의 주식을 모두 매입해서 상장할 수 있어. 이 경우 공모가가 굉장히 중요하겠지? 만약에 신주청약 흥행에 실패해
  3. IPO를 마케팅하는 일이야. IPO가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 투자은행은 투자자들에게 이 회사에 왜 투자해야 되고 IPO에 참여해야 하는지 홍보자료를 제작해서 투자은행 인맥을 활용해서 쭉 뿌려. 이런 걸 로드쇼라고 해. 왜 상장 직전에 회사의 다큐가 나오고 대표이사가 책을 쓰고 외부 활동이 많아지는 지 알겠지?

<크래프톤 OPO 직전에 나온 크래프톤의 성공스토리를 쓴 책, 크래프톤 웨이. 나는 이책 굉장히 재밌게 읽었는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소개해 볼게>

<마트에 가면 이렇게 홍보하는 제품부스를 만들어 놓고 쇼핑을 온 고객들에게 제품을 홍보하잖아. 투자은행은 기업의 IPO 흥행을 위해서 고객들을 모아 놓고 로드쇼를 해>

2. 금융 자문

2-1. 재무 구조 개선

캐시는 나스닥에서 IPO도 성공적으로 마치고 행복하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었어. 그런데 캐시가 부채도 일으키고 IPO도 해서 자금도 유치하면서 캐시의 재무구조가 복잡하게 되었지. 게다가 캐시 코리아, 캐시 유에스에이 등 자회사를 많이 만들게 되었어. 또 현금도 많이 들어오면서 부채의 양을 조정하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이자율을 조정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어. 이런 재무 구조 개선에 대해서 또 투자은행을 찾아가서 자문을 구해. 투자은행은 부채를 어떤 자회사를 통해서 일으킬지 등에 대해서 자문을 해주고 돈을 받아갔어.

2-2. 인수 합병(M&A)

캐시는 나스닥에서 IPO도 성공적으로 마치고 행복하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었어. 그런데 캐시가 부채도 일으키고 IPO도 해서 자금도 유치하면서 캐시의 재무구조가 복잡하게 되었지. 게다가 캐시 코리아, 캐시 유에스에이 등 자회사를 많이 만들게 되었어. 또 현금도 많이 들어오면서 부채의 양을 조정하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이자율을 조정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어. 이런 재무 구조 개선에 대해서 또 투자은행을 찾아가서 자문을 구해. 투자은행은 부채를 어떤 자회사를 통해서 일으킬지 등에 대해서 자문을 해주고 돈을 받아갔어.

그러던 어느 날 캐시는 일본에서 전화를 한통 받아. 일본에도 친근한 뉴스레터 서비스로 구독자들을 모은 ‘오카네’라는 회사가 있는데, 일본인 사장이 회사를 캐시에게 매각하고 싶다는 전화였어. 한국과 미국에서 연달아 성공한 캐시와 일본 뉴스레터 ‘돈 밝히는 남자 오카네’를 인수 검토하게 돼. 이 경우에도 역시 실버우먼삭스가 등장해서 자문을 해줘.

 

실버만삭스는 캐시가 사려고 하는 ‘오카네’라는 회사의 적정 가치를 판단해. 과연 ‘오카네’를 인수해서 캐시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꼼꼼히 조사해서 캐시에게 알려주지. 그리고 실제로 M&A딜을 하게 되면 자문과정에서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내. 2%에 수수료 계약을 했다고 하면, 캐시가 100억원에 ‘오카네’를 인수했다면 2억원을 실버만삭스에게 줘야 돼.

투자은행의 부서

지금까지 주식회사 ‘돈 밝히는 여자 캐시’가 성장한 경로를 가상의 투자은행 ‘실버우먼삭스’의 사례로 알아봤고, 이제 투자은행에는 어떤 부서가 있는지 좀 알아보자.

투자은행의 부서들은 우선 프런트 오피스와 백오피스로 나눌 수 있어. 백오피스는 리스크 관리를 하는 리스크팀과 회사의 법률과 윤리 등 투자은행에서 일어나는 일을 감독하는 컴플라이언스팀이 있어. 백오피스는 말 그대도 프런트 오피스가 잘 운영될 수 있게 지원하는 부서야.

반면, 프런트 오피스는 투자은행의 핵심상품을 다룬 부서이고, 프런트 오피스는 IBD, S&T, 리서치 부서가 있어. IDB는 앞서 주식회사 ‘돈 밝히는 여자 캐시’에 대해서 설명한 부분을 담당하는 부서이고, S&T와 리서치 부서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면서 오늘 글을 마칠까 해.

 

S&T

S&T는 Sales & Trading 부서야.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투자은행의 트레이딩 룸을 생각하면 될 거 같아.

세일즈는 기관투자자 같은 바이사이드 고객에게 증권 같은 금융상품에 투자하라고 설득하는 부서야. 우리가 가끔 받는 “사장님~ 좋은 땅이 나왔는데요.” 같은 스팸전화가 아니라, 금융 베테랑들에게 투자하라고 설득하는 부서야. 따라서 자신이 판매하는 금융상품에 대해 전문가가 되어야 겠지.

많은 영화에 나오듯이 세일즈 부서는 ‘을’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신 잘만하면 큰 돈을 벌 수가 있어. 영화 울프오브월스트리트의 주인공도 세일즈를 해서 큰 부자가 됐던 거 기억하니?

 

트레이딩 팀

트레이딩팀은 금융상품을 매매하고 거래하는 팀을 말해. 투자은행의 최대 수익을 얻기 위해 거래 구조를 짜고 이를 실행하는 팀이야.

트레이딩팀에는 에이전시 트레이딩과 프롭 트레이딩이 있어. 쉽게 말해 남들의 돈으로 매매를 해주면 에이전시 트레이딩이고, 증권사 자신의 돈으로 하는 트레이딩을 프롭 트레이딩이라고 불러.

에이전시는 고객을 위해 세일즈팀이나 고객이 낸 투자 아이디어에 따라 트레이딩을 대리로 진행하는 것을 말해. 이 경우에 상황에 맞는 올바른 거래 전략으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고, 파는 가격과 사는 가격의 차이를 수수료로 먹어. 이걸 비드-애스크 스프레드라고 해.

은행에가서 미국 달러화 살 때와 팔 때의 가격이 다른 것을 본 적이 있지? 저기서 살 때와 팔 때의 가격의 차이가 비드-애스크 스프레드고 기준환율과 이 스프레드의 차이는 은행의 수익이 돼. 투자은행 트레이딩팀에서 에이전트 트레이딩으로 버는 돈도 저렇게 사는 가격과 파는 가격의 차이를 먹는 거야.

한편 프롭 트레이딩은 투자은행의 자기 돈을 가지고 투자해서 수익을 올리는 것이야. 이 경우는 당연히 단순히 비드-애스크 스프레드를 먹는 것뿐만 아니라, 투자은행이 버는 돈이 다 투자은행의 돈이고 반대로 잃는 돈이 다 투자은행의 돈이 되는 거야. 이게 한때 투자은행의 꽃이었거든. 그래서 일반적으로 고위험 고수익의 ‘트레이더’라고 하면 다 투자은행의 프롭 트레이더를 말했어.

 

고객돈으로는 고객이 시키는 대로만 하고, 남의 돈으로는 큰 장난을 칠 수가 없어. 반면 프롭트레이딩은 투자은행의 돈으로 하니깐, 온갖 전위적인 투자를 할 수가 있단 말이지. 여기서 레버리지를 일으켜서 고위험 고수익의 베팅을 하면서 금융시장을 혼란스럽게 하였고, 이 부서가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받기도 했어. 프롭트레이딩 부서의 부작용이 부각되자 미국에서는 2015년 볼커룰이라는 법률을 제정해. 미국 투자은행들의 프롭트레이딩 부서에서 자기자본으로 고위험 자산이나 헤지펀드 같은 곳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해 버렸어. 그 이후 트레이더들은 헷지펀드 등으로 떠나며 프롭트레이딩 부서도 쪼그라들었지.

 

러서치 팀

리서치팀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팀이야. 애널리스트들이 조사하고 연구하여 시장 보고서를 내는 팀을 말해. 애널리스트들이 담당하는 분야는 굉장히 많아. 개별종목을 커버할 수도 있고, 산업군을 커버할 수도 있고, 트렌드, 채권, 상품, 외환, 아니면 경제정책 등등.

 

투자은행의 업무가 결국 시장에서 돈을 버는 비즈니스를 하는 만큼, 투자은행에 있어 리서치팀의 존재는 매우 중요해. 왜냐면 투자은행을 사람에 비유한다면, 리서치를 많이 할수록 회사의 지식이 축적된다고 볼 수 있어. 훌륭한 리서치팀을 갖고 있는 투자은행은 M&A등 다른 업무에 있어서도 매우 유리해. 업계에서 뛰어난 전문지식을 갖고 있다는 자체가 좋은 리서치팀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다른 경쟁자들보다 더 많은 지식과 인사이트를 탑재했다면, 이를 기반으로 다른 투자은행 부서에서 자문이나 세일즈, 트레이딩을 할 때 더 많은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테니깐.

 

옛날에는…

옛날에는 막연히 투자은행 취업이 선망이었지. 막상 투자은행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는 대학생은 극히 적었어.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투자은행이 무슨 업무를 하고, 과거에 무슨 사건들이 있었는지 대략적으로 훑을 수 있어. 저자는 대략적인 투자은행의 역사와 현재 모습을 설명해. 현재 투자은행이 돈을 어떻게 벌고 있는지 각 부서에서는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등을 차분히 알려줘. 오늘 서론에 내가 투자은행은 돈의 흐름의 곳곳에서 돈을 번다고 했잖아. 투자은행에 꼭 입사하지 않더라도 최근 투자은행이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투자은행은 무엇을 통해 돈을 버는지 등을 주목해보면 좋을 거 같아.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돈의 흐름을 아는 것은 중요하고, 큰 돈의 흐름에는 언제나 투자은행이 빠지지 않았으니깐.

 

그럼 잘 지내고 다음 주에 다시 만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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