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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 대표의 ‘토스’, 카카오와의 싸움에서 건승할 수 있을까.

널리 송금을 편하게 하리라.

안녕? 지난주 잘 보냈어? 지난주 ‘쏘카’ 뉴스레터 페이스북에서 공유 많이 해줬더라. 고마워.

페이스북에는 뉴스레터와는 조금 다른 캐쥬얼한 글들도 올라갈 예정이야. 여러 시도를 할 예정인데, 그중의 하나 힌트 줄게.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느꼈던 여러 경험과 재무, 경제, 회계개념을 연결한 콘텐츠를 만들까 해. 매번 “우리가 이 회사의 대표라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상상해보라 하는데 사실 안 와닿는 사람도 있잖아. 식상하기도 하고, 이런 건 회사 한 번 차려봤었어야 더 잘 아는 거니까. 자, 무슨 말인지 궁금하면 기다려줘! https://www.facebook.com/cathyxcash/

앞으로 나올 여러 콘텐츠가 기대된다면 페이스북 페이지도 팔로잉 해주고! ㅎㅎ 기대 안 돼도 해줘.

나는 본업이 따로 있어서 글 쓸 때 반나절 정도 투자하는데 이번 주에는 일이 밀려서 늦었어. 앞으로는 매주 화요일쯤 메일을 보내려고 해. 혹시 내 메일 기다렸다면 미안해.

널리 송금을 편하게 하리라

오늘은 잡담이 너무 길었네. 이번 기업은 ‘토스’야. 이번 추석에 엄마가 토스 설치해달라셔서 도와드렸거든. 인터넷 뱅킹은 은행사이트에서만 하던 우리 엄마가 토스라니… ‘뉴노멀’이 잘 쓰는 앱에서 이제는 우리 부모님 세대까지 아우르는 기업이 되어가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토스는 이름에서부터 느껴지지? ‘송금’에서 시작한 회사야. 일반 뱅킹서비스들은 매번 공인인증서로 로그인, 매번 앱 업데이트, 튕기는 것도 다반사, 인증서 암호도 쳐야 하니 매우 불편했어. 그때 토스가 이 불편함을 해결해보겠다며 ‘간편 송금’으로 사업을 시작했지.

매번 무슨 특수문자에 숫자에 몇 글자 이상이어야 암호 설정되고 그 막 OTP도 있어서 비번 눌러야 하고 너무 불편했는데 숫자 4개+알파벳 하나로 퉁쳐도 되니… 당시 토스는 정말 혁신적이었다고 생각해.

눈치 많이 챘겠지? 나 방법 나열해두고 선택하는 거 좋아해. 자, 송금 시스템에 필요한 건 뭘까?

  1. 돈 보내는 사람 인증.
  2. 시스템끼리 송금한 잔액 반영.

금융은 돈이랑 연결돼있어서 보안이 정말 중요하고 관련 시스템은 아무나 만들 수 없어. 국가기관의 인증이 필요하고 인증 받은 몇몇 회사 것을 쓸 수 밖에 없지.

아무나 만들 수 없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건 돈이 많이 들어갔다는 의미겠지? 설마 이 시스템을 공짜로 사용할 수 있게 열어주진 않았을 거야… 토스의 모든 스텝은 이 해당 시스템에 내야 하는 수수료에서 시작했어.

우리 핸드폰 요금이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 본 적 있어? 기본료+사용료. 내가 많이 쓰든 적게 쓰든 기본료가 반드시 들어가지? 토스의 문제는 여기에 있었어. 토스가 사용한 시스템의 기본료가 높았거든. 만 건의 송금을 일으키든 백만 건의 송금을 일으키던 기본적으로 내야 하는 돈이 많았다는 거지. 정확한 시스템의 사용 금액은 알기 힘들지만 거의 송금 수수료일거야.

<매출보다… 지급수수료를 더 내는 토스, 단위 : 억>

 

네가 토스라면 어떻게 할까? 기본료를 줄일 수 없으니 송금이 많이 일어나게 해야겠지? 비싸게 산 물건 많이 써야 뽕뽑는거 처럼 말이야

자, 그럼 송금이 많이 일어나려면?

1.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2. 한 사람이 여러 번 사용하게 해야 한다.

사용하는 사람을 늘리기 위해 카드사처럼 쓸 수 있게 했어. 각종 쇼핑몰 커머스를 토스로 결제하도록 유도했지. 그리고 여러 번 사용하게 하기 위해서 ‘토스 머니’라는 것을 만들었는데 그게 뭐냐면 우리가 쓰는 토스 계정을 계좌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한거야. 뭔가… 은행이랑 비슷하지?

토스 머니가 있으면 카드사 어플이나 은행 어플보다 빠르게 결제할 수 있고 이렇게 편한 맛을 본 사람들은 계속 토스를 쓸 테니 너무 좋은 전략이지.

<토스머니 추정, 단위 : 억>

 

이게 얼마나 편했는지 규모가 말해줘. 우리가 맡긴 돈으로 분류된 계정을 보니 규모가 저 정도나 되더라.

회사 예수금이 늘어나면서 매출도 많이 늘어났어. 2016년도에는 지급 수수료의 비율이 매출보다 5배 이상 많았는데 2019년 되면서 드디어! 매출보다는 줄어들었지… 그래도 크지만… 매출이 이미 1400억 원에 육박하는데 대부분이 이미… 지급수수료로 나가고 있는 거 보이지?

<예수금, 매출 단위 : 억, 지급수수료 비율%>

 

자 그런데 봐봐… 회사가 고객한테서 받는 돈보다 지급수수료가 5배 이상 큰 거 너무 무섭지 않아? 토스는 팔아야 하는 재고도 없어. 돈은 죄다 지급수수료로 나가고 널디처럼 배팅할 것도 없어! 어라 근데 그게 있네. 고객이 토스머니로 충전한 돈…그거.

생각해보자… 은행에 예금이 천 억있는데… 갑자기 일시에 고객들이 천 억을 모두 찾아가는 일이란 거의 없겠지? 시중 은행들도 우리가 예금한 돈을 고스란히 100% 다 들고 있는 게 아니거든. 이걸 다 설명하기란 너무 경제학적인 개념이니까 몰라도 괜찮고 나는 패스할게. (ebs 다큐프라임 1부 ‘돈은 빚이다’ 편 보는걸 추천해)

자 그래서 은행이 가장 기본적으로 돈을 버는 수단이 뭐지? 은행은 주로 돈 맡긴 이들한테 이자 주고 돈 빌려주지? 토스가 그래서 야심차게 뭘했냐! ‘토스 대부업’을 시작했어. 2016년에.

남의 돈으로 돈 좀 벌어볼까? 요행 부리다가 큰일 날 뻔

한 때 에잇퍼센트나 어니스트 펀드등 p2p 업체들 엄청 많았던 거 기억나? 토스가 거기서 힌트를 얻었던 것 같아. (p2p업체도 나중에 분석해줄게)

P2P는 돈 빌려주는 사람, 돈 빌려 갈 사람 이 두 집단을 다 모집하는 게 중요해. P2P는 수익률을 미끼로 외부에서 일반인 돈을 끌어왔다면 토스는 그럴 필요가 없었어. 이 두 집단에서 돈 빌려주는 사람은 없어도 되는 거야. P2P업체들이 펀딩받으며 치고 나가는 거 보고 토스도 야심 차게 토스 대부업을 시작했어. 막 신용 등급 확인해보라 하고…

근데.. 바로 접었어. 왜일까?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거 같은데 나는 개인적으로는 빌려주고 못 받은 돈이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 해. 뭐 대부업에 대한 이미지로 욕먹었다고도 하는데 대부업은 이미 기존 은행들도 하고 있는걸? 마케팅 비용에 800억씩 배팅하는 입장에서 굳이 이미지 안 좋다고 돈 버는 황금알을 버릴 필요 있었을까? 돈 더 때려 넣고 이미지 좋은 연예인 모셔 오면 될 텐데?

대부업은 남의 돈으로 하는 일이잖아. 남의 돈에서 빵꾸나면, 누가 메워? 내 돈으로 메꿔야겠지? 한 때 p2p업체 대표님들 검찰 조사 엄청 받았잖아. 많은 유저에 비해 생각보다 매출도 안 나오고 빠르게 시도해 보니… 생각보다 빵꾸나는 비율이 꽤 있지 않았을까 싶어. 그걸 먼저 빨리 파악한 거 같네. 사업의 risk는 다양한데 이게 어떤 리스크인지에 따라 수습 가능한 위험과 불가능한 위험이 있잖아? 아마 그걸 미리 알았을 것 같아.

어차피 토스는 굳이 이거 안 해도 돈 벌 거 많고 시장 반응도 그닥… 이니 빠르게 대부업을 손절했어. 14억 넣고 손실 4억 정도 봤으니 그래도 손실은 덜 보고 빠르게 발 뺐다고 봐.

빠르게 잘 접었다! 아마 나중에 p2p업체들 검찰에 털리는 거 보고 선택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네. 회사가 돈을 못 벌어도 위험한 리스크는 잘 지지 않으려고 하는 거 같아. 무리하게 확장하다 구속까지 갔던 p2p업체들과 비교하면 말이지.

<토스 대부의 역사… 단위 : 천원>

내 토스 화면에 뭐가 자꾸 늘어나는 이유

토스의 근간, ‘간편송금’ 좋긴 좋은데 지급수수료가 좀 어마무시하잖아. 대부업도 하기 힘들고. 그럼 이제 토스는 무엇을 할까? 고민하기 시작했어. 그리고 가장 쉬운 걸 생각했지.

토스 사용자 많잖아?

  1. 남의 것 광고해준다.
  2. 남의 것을 우리가 판다.
  3. 비슷한 영역으로 확장한다! – 돈을 옮기는 방식과 구조를 쓰는 사업으로 진출

토스 퀴즈 알아?

나 진짜 단체카톡방에 친구들이 하도 올려서 토스 잘 쓰고 있었는데도 짜증 났어. 토스 입장에선 남의 것 광고해주면서 돈 받고 또 토스 안 쓰는 사람까지 데리고 오는 윈윈 전략이었지.

그리고 카드도 팔기 시작했어. 대부업을 직접하면 채권회수 문제가 터지니까 다른 은행의 대출 상품도 광고해주고 각종 금융상품을 팔기 시작했지. 가히 금융상품의 백화점이라고 부르고 싶다.

카드도 은행 상품도 팔고 그러다가 직접 남의 것을 공격적으로 팔아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

보험! 보험을 팔기 시작했어. 우리 보험 하나쯤은 다 들잖아?

어떻게 팔았을까? 보험사 여러 개를 모았어!!! 와우!

보험 들어본 적 있어? 다들 자기 회사 보험이 제일 좋다고 하잖아. 다년간의 소비생활로 물건 살 때 이것 하나쯤은 터득했을 거야.

“다 자기 것이 좋다고 한다”라는 것.

근데 이런 것들 여러 개 모아놓고 “너한테는 이게 맞을 거 같아”라고 하면 뭔가 신뢰 가고 좋아 보이지 않아? 토스는 이렇게 생각한 것 같아. ‘보험 백화점을 만들겠다’

이렇게 2018년도에 출범한 보험업은 매출 내면서 올라가고 있긴 한데… 아직은 신통치 않아 보여.

5억 투입하고 60억을 보험사업을 하는 토스의 자회사에 빌려줬는데…음. 뭐 2019년도 자료밖에 없으니까 2020년 재무제표를 보면 더 확실해지겠지?

<토스 보험의 여정 단위 : 천원>

 

대부는 빠르게 털어냈는데 보험은 아직 test 중인 것 같아. 잘하겠지….?

송금을 사람 대 사람에서 사람 대 기업으로 바꾸면 송금이라는 말 대신 ‘결제’라는 말을 쓰잖아?

2020년도엔 LG유플러스의 PG사업부(전자지급결제사업)도 샀다고 하더라. 이건 기존 송금의 영역을 확장한 거야. 내가 해당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송금의 영역을 확장하면서 기존에 본인이 하던 분야를 단단하게 가져가려 했다고 생각해.

조금 부연 설명을 해주자면 토스가 토스 페이먼츠를 만들고 (자본금 50억) 그 회사의 이름으로 LG유플러스의 PG사업부를 사는건데 그 금액이 자그마치 3,650억이란다…

계약금으로 얼마 줬을까? 10프로! 준거 같아.

아주 예쁘게 장기 선급비용에 36,556,234,323이 적혀있네? ㅎㅎ 아마 5,600만원 정도는 다른 곳에 준 돈이겠지?

은행으로 토스의 미래를 토스!

토스머니로 고객이 맡긴 돈이 많아지면서 매출 올라가고 지급 수수료 줄어들었잖아… 예수금 규모가 커질수록 토스가 돈을 버는 거지(손실의 폭이 줄어드는 것과 같은 말). 이 예수금 규모를 늘리려면? 우리에게 돈 맡기는 사람들이 많아야 해.

토스는 은행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앞으로 이게 토스의 방향이라고 생각한 것 같아. 쏘카가 타다에 배팅하듯 말이야. 대부업, 보험업 출자한 금액이랑은 비교도 안 되게 자그마치 250억을 넣었거든. 엄청나게 배팅하고 있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지.

그리고 2019년도 말! 드디어 인가를 받았지? 아직 제대로 이익 내는 분야가 없긴 하지만 수없이 많은 사람이 쓰고 있으니 빨리 은행 영업해서 예수금 늘리고 어! 달려라 토스. 그리고 그랬을 때 매출 얼마나 늘어나고 수수료 얼마나 줄어들지 나 너무 궁금하다!

아, 아직 안 끝났어 이 뉴스레터. 우리가 은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미지가 뭐야? 바로, 신뢰감이지!

은행 광고는 항상 신뢰감 있는 사람들이 나오잖아? 뭔가 내 돈 확실하게 지켜줄 것 같고…그렇지. 인터넷 기반의 은행에서 그 신뢰감은 어디서 오고 뭐가 제일 중요할까? 아까 간편 송금 생각해볼까?

그래 ‘인증’. 바로 ‘인증’인 것이지.

고객이 몰려올것이다! 인증 더 쉽고 더 안전하게 가자.

우리 배운거 있지? 인수합병 리스트에 올려야 할 놈놈놈.

  1. 내 매출 늘려주는 놈
  2. 내 매출 나누어 먹던 놈
  3. 내 비용 줄여주는 놈

토스는 3번을 택했는데 2019년 한국전자인증이라는 회사의 주식을 54억에 취득(5.49%)하며 이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특수관계자가 되었지. 약간 연합? 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보니까 인증서 관련된 일을 처리해주는 회사더라고.

은행을 준비하며 상상조차 못 할 예수금의 규모와 그에 따라 늘려야 하는 엄청난 양의 송금에 부담을 느꼈을 거야. 이 송금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수수료 비용 문제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 같네. 그리하여 주식을 취득하며 인증업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것 같아. 지분율이 조금 작은 것 같다고? 임원선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정도면 목소리 큰 거 맞아.

우리 고객 입장에서는 ‘인증을 더 쉽게, 더 안전하게 하기 위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라고 생각하면 될 거 같아.

사업은 아직 성과를 못 내는데… 투자 잘했네?

토스 감사보고서를 보는데 계속 눈에 띄는 회사가 하나 있더라. ‘인포텍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산데 ‘스크래핑’을 해주는 회사야. 스크래핑이 뭐냐고? 필요한 정보들을 예쁘게 정리해서 전달해주는 회사라고 보면 돼. 보니까 굉장히 많은 회사들의 일을 해주고 있는 회사더라고. 토스는 이 회사 주식을 24.81%나 들고 있어. 샌드박스 봐서 알지? 저 정도면 무시 못 할 정도로 목소리 큰 놈이라는거. 굉장히 많은 회사에 솔루션들을 제공하던데, 빅데이터 시대에 스크래핑 업체라니… 투자 잘하네.

투자자의 돈을 마케팅비로 토스토스!

위에서 봤듯이 토스..시스템 수수료 때문에 일단 이익이 안 나고 있다는 건 이제 알겠지? 그럼 그들이 쓰는 돈은 다 어디서 왔을까? 돈아 돈아 어디서 왔니. 바로 투자자 주머니에서 왔단다.

받은 투자자 돈 중에 토스가 제일 많이 쓴 분야는 어딜까?

힌트! 토스 퀴즈, 토스 돈 상자, 토스 송편 지원금… 이들은 다 무엇이다? 바로, 마케팅이다!

마케팅비로 얼마나 썼는지 좀 볼까? 어후 2019년도에 801억이나 썼네…

아니 그런데 18년도 보다 마케팅비로 667억을 더 썼는데 매출이 639억밖에 안 늘었어…

<보통 회사는 마케팅 비용 이상으로 매출상승 단위 : 억>

 

보통은 상식적으로 마케팅비보다 매출이 더 나야 하는 거 아니야? 돈을 길에 그냥 막 버리고 있는 것 같지? 혹시 그 광고 기억나? “또 하나의 가족, 삼성” 왜 삼성이나 현대 카드가 문화, 예술 쪽을 건드린다고 생각해?

제품은 안 팔고 자꾸 회사 이미지를 광고하잖아? 왜 그럴까? 장기적으로 고객에게 신뢰감과 친밀감을 주려고야. 은행, 보험을 자회사까지 파서 본격적으로 진출하려는 토스에게 중요한 건 뭘까? 금융서비스다 보니 안전함, 익숙함인 것 같아. 그리고 뭐 사정은 모르지만 사실 토스 이미지가 나빴던 때가 있지? 대부업 한다고 욕먹었잖아. 송금사고도 나고… 그런 것들 다 뭐로 지우겠어. 좋은 이미지로 덮겠지. 브랜딩 하는거지 뭐. 부디 마케팅 비용이 장기적으로 토스의 좋은 이미지에 일조하길… 길바닥에 돈 잔치 한 게 아니길 바라. 든든한 투자자들의 잔고가 있으니까 아직까진 괜찮겠지.

나를 따르라! 내 블러드와 퓨처를 나누어주마!

지난주 다뤘던 쏘카에선 아예 회사를 100% 사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했잖아. 토스는 외부 회사를 사지 않아. 투자하거나 중요한 건 내부에서 직접 해(타다랑 다르지?).

그만큼 내부의 팀원을 신뢰하고 또 본인이 뽑은 이 사람 능력에 대한 신뢰 때문인 것 같아.

물론 금융권 회사들의 크기 자체가 워낙 커서 어려운 것도 있겠지만 일단 본인의 조직 구성원을 많이 믿고 있는 것으로 보여. 믿는 만큼 돈도 많이주고 그만큼 일도 많이 시키겠지.

자 이런 똑똑한 사람들을 데려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네가 토스 대표라면? 카카오, 은행들과 전쟁해야 하는데 병력이 참 중요하겠지? 그리고 알지? 내 눈에 빛나 멋진 보석은 남들에게도 똑같이 혹은 그 이상으로 빛나고 멋져. 이런 보석들을 일정 기간 묶어둬야 하잖아. 돈 많이 줘도, 여기서 연봉 숫자 올리고 바로 다른 곳으로 도망갈 수도 있고. 이직의 토스..되면 억울하지.

오래 붙잡아 두려면… 회사랑 직원의 이해관계가 같아야겠지? “지금 존버해주면 2년 뒤에 보너스 줄게”라고 하면 누가 믿겠어? 넌 믿어? 난 세상에서 제일 믿지 않는 게 바로 상사의 말이야.

토스 : 너 똑똑한데 우리 회사에서 오래 일해볼 생각 없어?

직원 : 그건 회사가 어떻게 할지에 따라 다르지.

토스 : 우리 진짜 크게 될 건데 최소 2년은 같이 일했으면 좋겠어. 더 일하면 더 좋고 ….

직원 : ㅇㅋ 그럼 … 네가 내게 뭔갈 줘야 할 것 같은데… 말만 하면 안 되지.

토스 : 내가 그럼 법적으로 효력이 있는 뭔가를 써줄게. 스톡옵션이라는 건데… 우리 진짜 크게 될 거야. 2년 뒤에 우리 주식 네가 자그마치 200원에 살 수 있어. 대신 그 기간 동안 우리랑 일하자. 근데 일 안 하면 뭐 그거 효력 없어. 동의?

직원 : 2년이면 돼?

토스 : 네가 4년 일하면 더 좋고, 최소 2년만 일해도 일부는 200원에 살 수 있어서 좋을 거야. 즉 넌 최소 2년은 나랑 일하기만 해도 돼.

직원 : (머릿속으로 열심히 회로를 돌려본다. 깊이 고민한 표정을 지으며) 콜! 콜! 콜! 예스!

흔히 스톡옵션, 자사주? 이런 거 들어본 적 있어? 토스는 회사의 미래가치를 무기로 직원들에게 주식 살 권리를 나눠줬어. 그리고 든든한 병력을 만들었지. 뭐 많이 줬다 조금 줬다는 내 알 바 아니고… 쨋든 남아있는 이들은 나쁘지 않았으니까 남아있겠지?

스톡옵션은 받으면 일정 기간 일을 해야 해당 주식을 살 권리가 생기는데 토스에선 4년 정도 일하면 약속된 주식수의 100%를 행사할 수 있는 거 같아 보여. 토스는 사람 뽑을 때 최소 2년만 일해도 해당 주식을 주는데 최소 2년은 다닐 생각, 그리고 토스의 4년 뒤가 기대된다면 지금 지원해도 좋을 것 같아.

‘주식을 사려고 하는 시점에 오른 회사 주식의 가격-200원’이 급여 이외에 추가로 얻을 수 있는 보상금액이니 생각해봐. 대신 넌 최소 2년은 묶여야 한다는 점.

맨날 회사에서 목소리 큰 놈 이야기할 때로 치면 이 정도는 아쉽게도 ‘기타’로 묶이겠지만… 쨋든 회사의 주인이긴 하잖아? 직원들은 더 열심히 일하겠지? 회사가 잘되어야 몇 년 뒤 내 주식이 오를 거 아니야.

1조 기업의 1%만 들고있어도…100억이지? 0.01%만 들어도…1억이야 ^^ 어마무시하지?

내가 이 산업의 역군들에게 팁 하나 줄게. 회사에서 스톡옵션으로 날 꼬시려 든다면 생각할 것.

  1. 행사가격 – 실질적으로 회사가 나에게 제공하는 부가적인 성과급의 개념 ex. 토스 200원
  2. 얼마나 일해야 하는지 – 내가 매여 있어야 하는 시간

이 두 가지를 꼭 염두해야 해. 자, 내가 연봉이 8천만 원이면 스타트업에서 그중 3천만 원을 스톡옵션으로 준다고 한다. 10,000주를 준다고 하면 1주당 3,000원 이상은 행사가가 현재 주가랑 차이가 나야 하는데… 이거 근데 그대로 휴지 조각될 수도 있는 거잖아? 망할 확률 0.7 안 망할 확률 0.3이라면..?

대표들은 회사의 목소리를 나눠주는 것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주는 것에 깐깐해. 스톡옵션가지고 생색내는 대표들에게 물어봐. 회사가 이걸 부여하는 게 나를 오래 붙잡아 둠인지… 나의 급여를 현금으로 다 못 주기 때문인지를.

토스는 보니까 2017년도에 조직에서 뭔가 일이 있던 것 같아. 17년도 재무제표를 보니 급여랑 퇴직금의 비율이 조금 이상하네. 보통 급여와 퇴직금의 비율이 8~9%정도 되는데 당시에는 6.6%야. 사람이 갑자기 확 많이 들어왔거나 많이 물갈이된 것 같아. 혹시 아는 거 있는 사람 제보 줘! 궁금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궁금!!>

토스의 제왕 이승건과 안 보이는 큰 손들

토스는 주주명부를 따로 감사보고서에 쓰지 않았더라고. 최대주주라고만 되어있더라. 저렇게 투자를 많이 받았는데… 내 생각엔 간발의 차이로 목소리 큰 주주들이 또 있을 거 같거든? 마케팅비 800억… 을 생각해보자. LG유플러스 3,650억도…

이게 누구 주머니에서 나왔다고? 투자자. 저 돈을 저렇게 쓰게 해주는데 기타주주로 조용히만 있을까? 분명 큰 주주들 있을 거야. 안 나와서 아직은 모르겠다.

여담으로 토스가 발행한 주식 총수가 2020년 11월 2일 기준으로 75,968,681주 발행되어있더라. 보통주식수가 17,295,643주고 나머지가 전환우선주던데 보통 투자자들은 전환우선주로 발행하니까 초기 창업한 창업주들과 전환하여 보통주 스톡옵션 행사한 사람들이 저 정도 들고 있는 것 같아. 이승건 대표가 최대 주주긴 한데 뇌피셜로 내 생각엔 20% 근방에서 들고 있지 않을까 싶네.

송금, 엄한 사람에게 토스하는 토스?

토스, 이체 관련 송금사고 언론에 나온 적 있지? 이거 전액 보상해준다고 하던데. 문제는 이미 벌어진 게 문제라는 거야. 사실, 사업에 있어서 risk는 다양하게 존재해. 목숨이나 재산과 깊게 관여된 사업은 그 risk가 특히 더 큰 거 같아. 사고 터지면 문 닫아야 하는 정도니까.

요즘 코로나 때문에 다 같이 힘든 시기에 송금사고는 많이 위험할 거 같아. 물론 한국전자인증에 전략적인 투자도 하고 뭔가 그쪽 관련해서 많은 신경을 쓰는 거 같긴 한데. 빠른 것도 좋지만 안전해야 안심하고 쓸 수 있지 않을까 해.

열심히 길 닦고 편하게 하면 뭐해. 사고 터지면 한방인걸.

우리 800억의 마케팅 비용을 생각하자고. 이미지 좋게 하려고, 사람들 계속 쓰게 하려고 돈 쓰는 건데 한방에 헛수고 되는 거 너무 아깝잖아? 애초에 돈 쓰거나 사고 수습할 일이 안 벌어지는 게 참 중요해.

이승건 대표의 ‘토스’, 카카오와의 싸움에서 건승할 수 있을까.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가 등장하면서 토스 어떡하냐고, 저들을 어떻게 이기냐는 이야기가 많았어. 카카오는 카카오 프렌즈와 전 국민이 쓰는 카카오 플랫폼을 무기로 갖고 있기 때문에 엄청난 경쟁자는 맞지.

그런데 나는 개인적으로 토스가 잘 되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잘나가는 애들 싫어하는 사람들 있잖아. 분명 카카오가 은행업 하는 거 눈꼴시고 싫어하는 사람들 있을걸? 그런 사람들 모아서 피 나누어 주고 계속 전쟁하면 될 것 같아.

간편인증을 통한 송금. 이거 국내에서 토스가 시작했을 때 업계 시선이 그렇게 곱진 않았을 거야. 토스가 우리의 불편함을 해결해주고 이 맛을 본 사람들이 늘어나 널리 쓰기 시작하니 이런 서비스들이 더 나오기 시작했잖아? 시작은 토스가 했지만, 뒤에 공룡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지.

이승건 대표가 이런 것들을 예상 못 하진 않았을 거라 생각해. 그러니까 공격적으로 주식도 액면가로 많이 나눠주며 인재유치하고 그랬겠지? (내가 알기로 이렇게 액면가로 주는 곳 흔하지 않아. 심지어 급여도 제대로 줬거든. 그말은? 우리 아까 스톡옵션 왜 주는지 물어보라고 했지? 오래 인재들 붙잡아두려고 준거야.)

토스 군대를 모으기 위하여. 전쟁 앞두고 비품이랑 급여, 시설장치에 돈 넣은 것 만 보면 인건비만 2019년에 330억이야.

<병력 모집 비용. 19년에만 634억 들어갔다 단위 : 억>

 

나는 별개로 카카오 잘 쓰고 있고 좋아해. 요즘은 주로 카카오 TV를 많이보지. 그런데 업계의 측면에서 보자면 스타트업이 잘 하는 거 카카오가 진출하는 케이스를 너무 많이 봤어. VC에서도 툭하면 그런다며. “네 아이템 그거 카카오랑 네이버가 따라 하면 어떻게 할 거냐”라고.

이런 행위는 창업자들에게 무력감을 느끼게 해. 수저계급론으로 뭔가 해보려고 해도 무력감을 느끼는 우리의 인생과 비슷하게 느껴진다고 하면 비약일까? 흙수저가 열심히 일궈놨더니 금수저가 채가는 느낌.

그래서 대기업이 치고 들어와도 굳건히 버티는 케이스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 “이거 카카오가 하면 어떻게 하지?” 했을 때 “아, 근데 토스는 버텼잖아” 같은. 공룡과 대결해 이긴 혹은 비긴 대표적인 사례가 되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토스는 굉장히 고독하고 척박한 길을 걸으면서도 “나를 따르라” 하는 느낌의 회사였어. 주변에서 뭐라 하던 난 나의 길을 간다 이런 느낌.

이승건 대표님의 토스, 건승하세요.

건승 (健勝)  [명사] 탈 없이 건강함.

One Comment

  • Shinoooooo Shinoooooo 댓글:

    작가님이 말씀핫니 “개인적으로 토스는 굉장히 고독하고 척박한 길을 걸으면서도 “나를 따르라” 하는 느낌의 회사였어. 주변에서 뭐라 하던 난 나의 길을 간다 이런 느낌.”
    이 부분이 평소 토스라는 회사를 제가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써 바라본 느낌하고, 너무 공감되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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